동물병원 채용공고는 계속 올리는데 지원자가 안 온다는 고민, 요즘 정말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이걸 '요즘 애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서'로 정리해버리면 다음 공고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거든요. 오늘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볼게요. 원장님이 아니라 테크니션 입장에서 공고를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지원자가 없는 게 정말 '일손이 부족해서'일까요

먼저 구조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물병원 채용 시장이 눈에 띄게 달라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어요.

하나, 국가자격이 생겼습니다. 2022년부터 동물보건사 국가자격시험이 시행됐어요.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이 자격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자격을 갖춘 인력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테크니션들 스스로 커리어와 대우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씩 올라간 흐름이 있습니다.

둘, 신규 동물병원은 느는데 직종 자체의 인기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정확한 수치로 단정 짓기는 조심스럽지만, 개원과 확장은 꾸준히 이어지는 반면 테크니션이라는 직업 자체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크게 늘지 않은 듯해요. 여기에 더해 '괜찮다' 싶은 근무처 자체가 많지 않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고요.

셋, 정보 비대칭이 큽니다. 테크니션 입장에서는 공고 한 장만 보고 '이 병원에서 내가 어떻게 일하게 될지'를 거의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불확실한 곳보다는 조건이 확실하거나, 지인 추천이 있는 곳으로 쏠리는 경향이 생깁니다.

즉, 지금 지원자가 안 오는 건 일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선택지가 많아진 테크니션들 사이에서 동물병원이 선택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테크니션이 공고를 볼 때 실제로 하는 생각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실제로 구직 중인 테크니션들이 공고를 훑을 때 머릿속에서 어떤 판단이 지나가는지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 급여가 협의 또는 면접 후 결정으로만 되어 있으면, '얼마나 낮게 부르려고 저러나' 하는 의심이 들 수 있어요.
  • 열정 있는 분, 성실하신 분 같은 표현만 있고 실제 업무가 뭔지 구체적으로 안 적혀 있으면, '뭘 시킬지 모르겠다' 싶어서 지원 자체를 망설이게 됩니다.
  • 동물병원이 어떤 진료를 주로 보는지, 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안 나와 있으면 다른 공고에 밀려 그냥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요.
  • 반대로 "입사 후 3개월은 선배 테크니션이 1:1로 케어해, 신입도 걱정 없이 업무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장이 있으면, 그 한 줄만으로도 신뢰가 확 올라갑니다.

정리하면, 테크니션들은 공고를 내가 여기서 얼마나 안전하게, 배우면서 일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자료로 읽고 있습니다. 원장님이 공고를 빈자리를 채우는 안내문으로 쓰고 계셨다면, 그 온도차가 지원율로 그대로 나타나는 거예요.

Before / After로 보는 공고 문구

기존 문구 바꿔볼 문구
열정 있고 성실하신 분 모십니다 진료 보조, 입퇴원 관리, 보호자 응대를 함께 맡아주실 분을 찾습니다
급여는 면접 후 협의 급여 000만원 ~ 000만원 (경력·자격에 따라 협의), 4대보험 포함
즐거운 분위기의 병원입니다 수의사 2인, 테크니션 3인이 함께 근무하며, 월 1회 전체 회의로 소통합니다
바로 실무 투입 가능하신 분 입사 후 2주간 선배 테크니션과 함께 업무를 익히는 온보딩 기간이 있습니다

바뀐 문구들의 공통점, 보이시나요? 모호한 형용사를 걷어내고 구체적인 정보로 채운 것뿐입니다. 특별히 화려한 카피가 필요한 게 아니라, 테크니션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미리 답을 해주는 방식인 거죠.

공고만 바꿔서는 절반만 해결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공고 문구를 아무리 잘 써도, 실제 근무 환경이 그 문구를 못 따라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좋은 문구를 보고 입사했는데 첫 주부터 온보딩도 없이 바로 투입되고, 피드백도 없이 혼나기만 한다면 다음 채용은 더 어려워지거든요. 동물병원 근무 후기가 빨리 돌 수 있어, 한 명의 경험이 다음 지원자 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고를 손보는 작업은 아래 세 가지와 같이 가는 게 맞습니다.

  • 온보딩 구조 만들기: 첫 1~2주는 선배가 붙어서 동물병원 시스템, 응대 톤, 처치 순서를 알려주는 최소한의 흐름
  • 역할과 성장 경로 보여주기: 3년 차, 5년 차가 되면 어떤 업무를 더 맡게 되는지 원장님 머릿속에만 있지 말고 말로 꺼내주기
  • 피드백 루틴 만들기: 잘했을 때 칭찬만 하지 말고,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더 좋겠다" 같은 구체적 코멘트를 정기적으로 주기

이 세 가지가 갖춰진 상태에서 공고 문구를 바꾸면, 그 문구가 거짓말이 아니게 됩니다.

채용 공고, 이런 과정을 거쳐 바꿔보세요

  • 지금 올라가 있는 공고에서 "열정", "성실", "즐거운 분위기" 같은 형용사를 찾아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꿔보기
  • 급여 범위를 최소한 구간으로라도 명시하기
  • 온보딩 기간에 뭘 해줄 수 있는지 한 줄이라도 적어보기
  • 채용 공고를 테크니션 직원(있다면)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거 보면 지원하고 싶어?"라고 물어보기

공고는 결국 동물병원이 테크니션에게 보내는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그 메시지에 병원의 실제 모습이 담겨 있을수록, 오래 함께할 사람이 찾아온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