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쁜 뜻은 없었는데

퇴근 후 저녁 8시, 원장님이 다음 날 예약 건 하나가 마음에 걸려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급한 일은 아니고, 그냥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다음 날 아침, 스탭이 조금 굳은 얼굴로 출근합니다. "어제 카톡 확인 못 해서 죄송해요"라고 하는데, 원장님은 오히려 당황스럽습니다. 사과받으려던 게 아니었거든요.

비슷한 일은 회식 자리에서도 벌어집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밥 한번 먹자고 잡은 자리인데, 한 스탭이 "그날 개인 약속이 있어서요"라며 참석을 어려워합니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서운함보다 의아함이 앞섭니다. '다 같이 밥 먹는 게 뭐 그리 부담스러운 일인가' 싶으신 거죠.

나쁜 사람도,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이런 장면들을 몇 번 겪다 보면 '요즘 애들은 왜 이럴까' 싶으실 수 있는데, 사실 이건 태도의 문제라기보다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를 어디에 긋는지에 대한 기준 차이에 가깝습니다.

원장님 세대에게 동물병원은 진료 시간이 끝나도 마음속에서는 잘 끝나지 않는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급한 케이스가 있으면 퇴근 후에도 신경이 쓰이고, 그런 마음으로 늦은 시간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거예요. 반면 최근 입사한 직원들에게 퇴근 후 온 업무 메시지는 '지금 당장 반응해야 하는 일'로 다가옵니다. 급한 건이 아니라는 말이 붙어 있어도, 업무 연락이 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마음의 부담이 되는 거죠.

회식도 비슷합니다. 원장님 세대에게 회식은 팀워크를 다지는 자연스러운 절차에 가까웠던 반면, 최근 입사한 직원들에게는 '근무 시간 외의 사적인 시간을 어느 정도까지 회사에 내어줘야 하는가'의 문제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석이 부담스럽다는 게 팀에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그어놓은 경계선의 위치가 다른 것뿐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대치 차이도 있습니다. 원장님 세대는 선배가 하는 방식을 보고 따라 익히는 도제식 교육에 익숙한 경우가 많아,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방식을 따르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반면 최근 스탭들은 어떤 절차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이 선행되어야 몸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 없이 방식만 전달되면, 스탭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된 채로 따라 하고 있다는 찜찜함이 계속 남게 됩니다.

조금씩 조정해볼 것들

경계선의 위치가 다르다는 걸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해결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아래처럼 작은 조정으로 채워볼 수 있습니다.

  • 급하지 않은 연락은 다음 날 근무 시간에 전달해보세요. 정 마음에 걸리면 '급한 건 아니니 내일 확인해도 됩니다'라는 말을 꼭 붙여주시고요.
  • 회식 참석 여부를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참석이 기본값이고 불참이 예외가 되는 순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스탭 몫이 됩니다.
  • 새로운 절차나 규칙을 안내할 때, 방법과 함께 '왜 이렇게 하는지' 한 줄만 덧붙여보세요.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 같은 일도 훨씬 수월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다르게 자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

세대 차이는 누가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절에 익숙해진 기준을 하나의 공간에서 맞춰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오늘 짚어드린 세 가지 경계선(연락, 회식, 설명)부터 조금씩 조정해보시면, 스탭들이 느끼는 온도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