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물병원은 5인 미만이니까 그런 건 상관없어요."

몇몇 동물병원 원장님들은 이런 말을 종종 하시곤 하세요. 연차, 가산수당, 부당해고 같은 근로기준법 조항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실제로 수의사 1인 + 테크니션 2~3명, 이런 3~4인 규모 병원이 적지 않다 보니 '우리는 예외'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2026년 지금, 이 통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랬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원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게 원칙이지만,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시행령으로 상당수 조항의 적용을 빼주고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입니다.

  • 부당해고 제한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 못 한다는 규정)
  • 연차 유급휴가
  •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 취업규칙 작성 의무

반면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원래부터 지켜야 했던 것들도 있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최저임금 준수, 주휴수당, 해고 시 30일 전 예고(또는 예고수당), 1년 이상 근속자에 대한 퇴직급여 같은 항목은 5인 미만이어도 예외가 없었어요. 여기서 참고로, 2026년 최저임금은 시급 10,320원으로 지난해보다 2.9% 올랐습니다.(2027년은 10,700원 예정)

정부가 밝힌 방향, 아직 시행 전이지만

2025년 8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습니다. 다만 이건 실제 법이 개정된 게 아니라 정부가 밝힌 계획 단계라는 점을 먼저 짚고 갈게요. 시행령 개정과 국회 논의를 거쳐야 실제 효력이 생기는데, 2026년 8월 현재까지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1순위로 거론되는 항목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모성보호 규정이 가장 먼저 적용될 항목으로 꼽힙니다. 다만 최근 노무 전문가들도 '지금은 아직 미적용, 다만 1순위 후보'라고 정리하고 있는 만큼, 아직 법적 효력이 생긴 건 아니에요. 참고로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 폭행·모욕·협박은 형법으로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지금도 적용되니 헷갈리지 않으셔야 합니다.

다음 순서로 거론되는 항목
연차 유급휴가 전면 확대, 대체공휴일 제도 적용이 그다음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거론되는 항목
부당해고 제한,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처럼 비용 부담이 큰 조항은 영세 사업장의 지불 여력을 고려해 가장 나중에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 있습니다.

시기나 순서는 앞으로 시행령 개정, 노사 의견 수렴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건 딱 하나, '5인 미만은 근로기준법과 영원히 무관하다'는 전제가 정부 차원에서 깨지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지금 알아둬야 할까요

동물병원은 이 변화에 특히 예민한 업종입니다. 상시 근로자 수를 셀 때 명부상 인원이 아니라 최근 1개월 실제 근무 연인원을 가동일수로 나눠 계산하는데, 파트타임 테크니션이나 미용 스태프를 함께 쓰는 병원은 이 계산 방식에 따라 4인과 5인 경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3인이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동물병원도, 성수기에 인력을 늘리는 순간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에요.

또 하나, 원장님 혼자 챙기기엔 벅찬 영역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진료와 병원 운영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한데, 여기에 노무 리스크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 필요한 건 당장 취업규칙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동물병원이 지금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앞으로 뭐가 바뀌는지 방향을 알아두는 것입니다.

이 정도는 꼭 확인해두세요

  • 우리 병원 상시 근로자 수, 지난 1개월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봤을 때 5인에 가까운가
  •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주휴수당처럼 규모와 무관하게 이미 지켜야 하는 항목은 빠짐없이 챙기고 있는가
  • 성희롱(남녀고용평등법)·폭행·모욕(형법)처럼 규모와 무관하게 지금도 적용되는 항목과, 아직 적용 전인 항목(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헷갈리지 않고 있는가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는 시점이 오면(1순위 후보), 우리 병원에 대응 절차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