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진료는 정말 잘하는데 왜 재방문율이 낮을까요?"

지난주 한 동물병원 원장님이 던진 질문입니다. 진료 실력은 분명 좋은데, 보호자들이 한 번 보고 다른 병원으로 가버린다는 거죠. 이런 고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사실 보호자들은 수의사의 진료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전에 이미 병원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습니다. 바로 병원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는 테크니션과의 첫 3분 동안 말이에요.

오늘은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서서, 의료진으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첫 응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보호자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먼저 보호자의 심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병원에 오는 보호자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응급상황으로 온 보호자들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급하게 달려온 상황이죠. 이때는 극도로 불안해하고 당황스러워해요. ‘우리 아이 괜찮을까? 큰 병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이런 보호자에게는 즉각적인 안정감과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해요.

두 번째는 예방접종이나 정기검진으로 온 보호자들입니다.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유롭죠. 하지만 이런 분들은 오히려 동물병원의 시설이나 서비스 품질을 더 꼼꼼히 살펴봐요. ‘이 병원이 우리 아이를 평생 맡길 만한 곳인가?’ 하는 기준으로 병원을 평가합니다.

세 번째는 치료 중인 아이를 데리고 재방문한 보호자들이에요. ‘지난번 치료가 효과가 있었나? 정말 나아지고 있는 건가?’ 하는 불확실함을 안고 있어요. 이전 경험과 비교해서 개선점을 찾으려고 하죠.

전문가처럼 보이는 첫 마디의 힘

일반적으로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인사하죠? 물론 틀린 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는 다른 병원과 차별화되지 않아요.

대신 이렇게 해보세요. 보호자가 들어오면서 아이의 상태를 먼저 관찰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개가 약간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들어온다면 “안녕하세요, 아이가 뒷다리를 조금 아파하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호흡이 가쁜 아이라면 “숨을 좀 가쁘게 쉬고 있네요,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이렇게 하면 보호자는 ‘어? 이 분이 우리 아이 상태를 정말 자세히 보고 있구나’라고 느껴요. 그냥 일반적인 질문이 아니라, 전문가가 관찰하고 판단해서 묻는 질문이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물론 모든 증상을 다 파악할 수는 없어요. 겉으로 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많죠. 그럴 때는 “아이가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집에서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정도로 물어봐도 충분해요.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단순히 접수만 하는 게 아니라, 진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걸 의학 용어로는 ‘pre-examination’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본격적인 진료 전에 미리 체크하는 단계라고 보시면 돼요.

기본적인 정보를 받을 때도 그냥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진료와 연결해서 물어보세요. “아이가 마지막 식사는 언제 했나요? 혹시 진료 과정에서 진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확인차 물어보는 거예요”라고 설명하면 보호자도 ‘아, 이런 것까지 고려하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현재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다른 병원에서 최근에 치료받은 적이 있는지도 꼭 확인해보세요. 이런 정보들이 진료에 정말 중요하거든요. “현재 복용 중인 약이나 영양제가 있나요? 약물 간 상호작용을 체크해야 해서요”라고 말하면 전문성이 느껴지죠.

증상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 해요.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더 심한지, 집에서 응급처치 같은 걸 해본 적 있는지” 이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세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정말 꼼꼼하게 확인해주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응급상황을 구분하는 전문적 판단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정말 응급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섞여 있어요. 이걸 구분해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도 테크니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응급상황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어요.

가장 위급한 1단계는 생명과 직결된 상황들이에요. 호흡을 제대로 못 하거나, 의식을 잃었거나, 경련을 일으키거나, 심한 외상이 있는 경우죠. 이럴 때는 “지금 응급상황이니까 바로 진료실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즉시 수의사에게 알려야 해요.

2단계는 빠른 처치가 필요하지만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에요. 계속 토하거나 설사를 하거나, 열이 많이 나거나, 심하게 아파하는 경우가 여기 해당돼요. “증상을 보니 빠른 처치가 필요할 것 같아요. 몇 분 내로 모시겠습니다”라고 안내하면 됩니다.

3단계는 일반적인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예방접종, 정기검진, 경미한 증상들이죠. 이때는 “현재 몇 명 정도 대기 중이시고, 약 20분 후에 진료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게 좋아요.

중요한 건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설명을 해주는 거예요. 응급이 아닌 상황에서는 “현재 상태로는 응급상황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원장님이 꼼꼼히 봐주실 거예요”라고 안심시켜주면 좋겠죠.

대기시간을 활용한 차별화 서비스

대기시간이 있을 때 그냥 기다리게만 하지 말고, 이 시간을 활용해보세요. “대기하시는 동안 오늘 받으실 진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드릴게요”라고 하면서 보호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피부 관련 증상으로 온 보호자에게는 “피부 질환은 보통 알레르기나 세균 감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 피부 검사를 할 수도 있고요. 검사 결과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라고 설명해주면 됩니다.

소화기 증상이 있는 아이라면 “구토나 설사가 있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건 탈수예요. 지금 아이 상태를 보면 탈수는 심하지 않아 보이니까 일단 안심하세요”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아요.

이런 설명을 들은 보호자는 나중에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워해요. 그리고 ‘이 병원은 접수 직원도 이렇게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구나’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시스템을 활용한 연속성 있는 케어

요즘은 플러스벳 같은 클라우드 EMR 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시스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보세요.

재진 환자가 오면 이전 진료 기록을 바로 확인할 수 있잖아요? “지난번 3월 15일에 오셨을 때 소화기 관련 약을 처방받으셨네요. 그 이후로 증상은 어떠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보호자는 ‘어? 이전 기록을 다 기억하고 있구나’하고 놀라워해요.

진료가 끝난 후에는 “오늘 진료 내용이나 처방받은 약에 대한 정보는 안내 메시지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집에서 관리하실 때 참고하세요”라고 안내해주면 더욱 좋겠죠.

예방접종 시기가 다가오는 아이들에게는 “아이 나이와 품종을 생각해보면, 6개월 후에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바꿔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처럼 미리 안내해주는 것도 전문적인 서비스예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들

아무리 전문적으로 하려고 해도, 몇 가지 주의할 점들이 있어요.

첫째, “별거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돼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이거든요. 아무리 경미해 보이는 증상이라도 “저희 병원에 잘 오셨어요”라고 말하는 게 맞아요.

둘째, “이런 경우는 처음 봐요”라는 말도 피해주세요. 보호자가 불안해할 수 있어요. 대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원장님이 자세히 봐주실 거예요”라고 하면 됩니다.

셋째, “원장님이 바빠서…”라는 말로 대기시간을 설명하지 마세요. “현재 응급환자를 보고 계셔서”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아요.

팀 전체가 같은 수준으로 응대하기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되고, 병원 전체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요. 그러려면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은 ‘따뜻하면서도 전문적인’ 톤으로 응대한다고 정했다면, 모든 직원이 이 기준에 맞춰서 말하는 거예요. “우리 ○○이 많이 아팠구나, 잘 데려와 주셨어요”처럼 따뜻함을 표현하면서도, “증상을 자세히 확인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죠”처럼 전문성도 함께 보여주는 거죠.

각 상황별로 꼭 해야 하는 말, 하면 좋은 말,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을 정해놓고 팀 전체가 공유하면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차이

결국 테크니션의 첫 응대는 수의료 서비스의 첫 번째 단계라고 봐야 해요. 전문적인 관찰, 체계적인 정보 수집, 적절한 안내까지 모든 것이 진료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이런 전문적 응대가 쌓이면 보호자들 사이에서 “그 병원은 접수부터 뭔가 세심해요”라는 입소문이 생겨요. 그리고 이런 차별화된 경험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거죠.

오늘부터 당장 적용해볼 수 있는 세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첫째, 아이 상태를 먼저 관찰하고 그에 맞는 질문으로 대화 시작하기.
둘째, 응급한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해서 차별화된 안내하기.
셋째, 병원 시스템에 있는 정보를 적극 활용해서 연속성 있는 케어 제공하기.

이 세 가지만으로도 보호자들이 느끼는 병원의 전문성은 확실히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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