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션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진료 관련 질문들을 받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말했다가 문제가 될까 봐 대답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크니션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면서 보호자와의 소통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테크니션의 역할이고, 보호자에게 어떤 정보까지 제공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테크니션의 실제 역할과 보호자 커뮤니케이션 범위를 현실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테크니션의 실제 역할과 업무 범위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동물병원 규모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다음과 같은 업무들을 담당하고 있어요.

진료 보조 업무

수의사가 진료하는 동안 동물을 보정하고, 진료에 필요한 기구를 준비하며, 처치 과정을 도와줍니다. 이때 보호자들이 "아픈가요?" "무서워하네요" 같은 말을 자주 하는데, "조금만 참아주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정도로 안심시켜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입원 동물 관리

하루 종일 입원 동물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투약하고, 배변 상태나 식욕을 확인합니다. 보호자가 "우리 애 밥 잘 먹었나요?" "많이 힘들어했나요?"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객관적인 사실들은 테크니션이 충분히 답변할 수 있어요. "오늘 아침에 처방식 절반 정도 먹었고, 오후에는 다 먹었어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검사 및 수술 보조

혈액 채취, X-ray 촬영 보조, 초음파 검사 보조부터 수술 전 준비, 수술 중 보조, 수술 후 회복 관리까지 담당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보호자들이 "아프겠죠?"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같은 질문을 많이 하는데, 검사 과정과 소요 시간에 대한 설명은 테크니션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접수 및 원무 업무

특히 작은 동물병원에서는 테크니션이 접수부터 수납까지 다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약 관리, 차트 정리, 보험 처리, 처방전 설명 등도 테크니션의 몫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보호자 커뮤니케이션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하다 보니 보호자와의 접촉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디까지가 테크니션이 답변할 수 있는 범위인지 아는 것이죠.

✅ 테크니션이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객관적 사실 전달

  • "체온은 38.2도였어요"
  • "오늘 아침에 처방식 절반 정도 먹었어요"
  • "수술은 예정 시간에 무사히 끝났어요"

처방전 내용 설명

  • "하루 두 번, 식후에 한 알씩 주세요"
  • "약은 7일분 처방되었어요"
  • "냉장보관해주시고, 흔들어서 주세요"

기본적인 케어 방법 안내

  • "상처에 물이 안 닿게 해주세요"
  • "넥카라는 2주간 착용해주세요"
  • "처방식 외에는 간식을 주지 마세요"

예약 및 일정 관리

  • "다음 주 화요일 2시에 예약 잡아드릴게요"
  • "재검 일정은 일주일 후로 잡혀있어요"
  • "수술 전 금식은 12시간 지켜주세요"

감정적 지지

  • "많이 걱정되시죠. 선생님께서 꼼꼼히 봐주실 거예요"
  • "조금만 참아주세요, 금방 끝날 거예요"
  • "회복이 빠른 편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 테크니션이 하면 안 되는 커뮤니케이션

진단이나 예후 판단

  • "심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 "다른 아이들도 보통 이렇게 나아요"

치료 방법 추천이나 변경

  • "이 약이 더 효과적일 거예요"
  • "수술보다는 약물치료가 나을 것 같은데요"
  • "이 검사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검사 결과 해석

  • "검사 수치가 정상이에요"
  • "이상 없을 것 같아요"
  • "이 수치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애매한 상황에서의 대처법

현실적으로 경계가 모호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멘트들을 미리 준비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이렇게 했는데요"
→ "여기서는 이렇게 진료하고 있어요. 궁금한 점은 선생님께 여쭤보세요"

"인터넷에서 이런 글 봤는데 괜찮은 건가요?"
→ "인터넷 정보는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어서, 선생님께 직접 여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응급실 가야 하나요?"
→ 즉시 수의사에게 보고하거나, 수의사가 없다면 다른 병원 응급실로 안내

판단이 어려운 모든 상황
→ "선생님께 확인해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동물병원 규모별 현실적 차이점

작은 병원 (수의사 1-2명)

테크니션이 접수부터 수납까지 다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수의사가 바쁠 때 1차적으로 응대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합니다. 보호자와의 접촉 시간이 더 길어서 관계가 더 친밀해지기도 해요.

큰 병원 (수의사 3명 이상)

역할 분담이 상대적으로 명확하고, 접수 담당과 진료 보조 담당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준화된 응대 매뉴얼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일관된 응대가 가능해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신뢰를 만듭니다

테크니션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정확성입니다. 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낫습니다. 보호자들도 잘못된 정보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원하거든요.

작은 동물병원이든 큰 동물병원이든, 우리 동물병원 상황에 맞는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세요. 복잡할 필요 없어요. "이럴 땐 이렇게 하자"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야 테크니션도 자신 있게 일할 수 있고, 보호자도 더 신뢰할 수 있는 동물이 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