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리고 응대가 시작되었을 때, 보호자는 우리 동물병원에 대해서 첫인상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진료가 바쁜 시간대에는 정신 없이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작은 실수 하나가 병원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전화 응대 실수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우리 병원도 혹시 이런 상황은 아닌지 체크해보세요.

🚫 실수 1. 급하게 받는 티를 내는 응답

이런 상황 있으셨나요?

  • "네, 안녕하세요" (숨찬 상태로)
  • "잠깐만요, 지금 바빠서요"
  •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없습니다. 급하게 받는 티를 내면 '내 아이가 아픈데 귀찮아하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개선해보세요

  • 전화를 받기 전 한 번 심호흡
  • "안녕하세요, OO동물병원입니다" (밝고 또렷하게)
  • 보호자가 말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 실수 2. 진료 내용에 대해 확답하기

실제 현장에서 들었던 위험한 답변들

"토하는데 괜찮을까요?" → "그냥 체한 것 같으니까 굶기세요"
"다리를 절뚝거려요" → "나이 들어서 그런 거예요, 영양제나 드세요"
"계속 기침해요" → "감기 같으니까 사람용 기침약 조금 주셔도 돼요"

이런 답변들, 혹시 우리 병원에서도 나오고 있지는 않나요?

왜 테크니션들이 확답을 하게 될까요?

현실 1: 경험이 쌓일수록 생기는 착각 

수의사가 아닌 동물병원 직원들도 경험이 쌓이면 '이런 증상은 보통 이거다'라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증상이라도 원인은 천차만별일 수 있어요.

현실 2: 보호자의 간절함 앞에서 느끼는 압박감 

"우리 애가 아픈데 정말 괜찮을까요? 제발 괜찮다고 해주세요..." 이런 절실한 목소리를 들으면, 테크니션도 사람인지라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 한마디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현실 3: 수의사가 바빠서 생기는 딜레마 

토요일 오후 3시, 동물병원이 북적이는 시간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수술 중이고, 대기실에는 환자들이 가득해요. 이때 전화로 "응급상황인지 확인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오면? "선생님께 물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라고 하기엔 상황이 급해 보이고...

수의사법상 어디까지가 경계선일까요?

수의사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수의사는 자기가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하지 않고는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하며,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투약하지 못합니다.

즉, 진단과 처방은 수의사만의 고유 업무라는 뜻이에요.


테크니션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

  • 질병명 언급하며 치료법 제시 ("감기 같아요. 약국 가서 OO 사다 주세요")
  • 약물 관련 조언 ("항생제 그만 드셔도 돼요", "사람약 주셔도 돼요")

테크니션이 할 수 있는 것들

  • 증상 청취하고 기록하기
  • 내원 권유하기
  • 수의사 연결하기
  • 응급상황 의심 시 즉시 내원 안내하기

실제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

이런 확답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
단순 설사로 생각했는데 장폐색이었다면? 나이 탓으로 돌렸는데 심장병이었다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환자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약물 사고 위험
사람용 약물을 권했다가 중독 사고가 생기거나, 기존 처방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특히 해열제, 진통제류는 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법적 책임 문제
테크니션이 진단이나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수의사법상 수의사의 고유 업무를 침범하는 행위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요?

상황별 안전한 답변 가이드

일반적인 증상 문의 시
❌ "감기 같아요"
⭕ "정확한 원인은 진료를 받아보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약 잡아드릴까요?"

약물 문의 시
❌ "사람약 주셔도 돼요"
⭕ "동물용 약물과 사람용 약물은 달라서, 수의사 처방을 받으시는 게 안전해요"

응급상황 의심 시
❌ "내일 오세요"
⭕ "증상이 심각해 보이니 지금 바로 오시거나, 야간응급실을 안내해드릴게요"

심각도 묻는 질문 시
❌ "별거 아닐 거예요"
⭕ "걱정되시는 마음 이해해요. 정확한 상태는 직접 봐야 알 수 있으니 검진받아보세요"

보호자의 불안감, 이렇게 달래세요

확답은 할 수 없지만, 보호자의 마음은 충분히 달랠 수 있습니다.

공감하기: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우리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아프죠"
신속함 어필하기: "빨리 확인해드릴 수 있도록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약 잡아드릴게요"
전문성 강조하기: "수의사 선생님이 자세히 봐주실 거예요"
메모의 중요성: "말씀해주신 증상들 꼼꼼히 메모해서 선생님께 전달드릴게요"

🚫 실수 3. 예약 가능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답변


흔한 실수

  • "오후에 오세요" (구체적 시간 없이)
  • "언제든 오시면 돼요" (실제로는 예약 꽉참)
  • "지금 당장 오세요" (담당 수의사 부재 중)

예약 시스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보호자가 헛걸음하게 되고,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어요.

이렇게 개선해보세요

  • 예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후 안내
  • "잠시만요, 예약 상황 확인해드릴게요"
  •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시간과 예상 대기시간까지 안내
  • 플러스벳 같은 EMR 시스템의 예약 기능을 적극 활용

🚫 실수 4. 병원 정책이나 비용을 일관성 없게 안내

문제가 되는 상황

  • 직원마다 다른 진료비 안내
  • "정확한 건 와봐야 알 수 있어요" (모든 질문에 대해)
  • 취소/변경 정책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음

병원 내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직원마다 다른 답변을 하게 되고, 보호자는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렇게 개선해보세요

  • 자주 묻는 질문(FAQ)과 표준 답변 준비
  • 기본 진료비, 검사비용 가이드라인 숙지
  • 모르는 내용은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릴게요"
  • 팀 전체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 실수 5. 응급상황과 일반진료를 구분하지 못함

위험한 상황

  • 응급증상인데 "내일 오세요"
  • 일반적인 상담을 응급처럼 과도하게 반응
  • 응급실 운영시간이나 연결방법을 모름

응급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개선해보세요

  • 응급증상 체크리스트 준비 (구토, 설사, 의식잃음, 교통사고 등)
  • 응급상황 시 즉시 수의사에게 연결하는 절차 숙지
  • 야간응급실 연락처나 연계병원 정보 준비
  • "증상이 심각해 보이니 지금 바로 오시거나 응급실 안내해드릴게요"

✅ 전화 응대 매뉴얼 만들기


1단계: 현재 상황 점검

  • 직원들이 전화 응대할 때 자주 하는 말들 정리
  • 보호자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들 목록화
  • 문제가 되었던 상황들 공유

2단계: 표준 응답 만들기

  • 인사말, 병원 소개 멘트 통일
  • FAQ 답변 가이드라인 작성
  • 응급상황 판단 기준과 대응법 정리

3단계: 팀 교육과 점검

  • 신입 직원 교육 시 필수 포함
  • 정기적으로 응대 방식 점검하고 개선
  • 좋은 응대 사례는 팀 전체와 공유


전화 응대도 브랜딩


전화 응대는 단순한 업무이지만, 동시에 동물병원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접점입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일관된 기준과 따뜻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보호자들이 우리 병원을 더욱 신뢰하게 될 거예요.

플러스벳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예약 현황이나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차트 내 메신저로 팀 전체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한다면 더욱 전문적이고 신뢰받는 응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서 우리 병원만의 따뜻하고 전문적인 전화 응대 문화를 만들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