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직원 채용'입니다. 인테리어, 장비, 의약품 준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개원 전 또는 개원 직후 테크니션을 먼저 채용합니다. 이 첫 직원은 업무를 돕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우리 동물병원의 첫인상을 만들고 보호자와의 첫 접점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동물병원 경력만 있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실무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개원 준비 단계에서 첫 직원을 채용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채용 전, 우리 동물병원의 운영 방향부터 정리하세요

개원 준비로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직원을 뽑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동물병원은 어떤 동물병원인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입니다.

먼저 아래의 질문들에 답해보세요.

  • 우리 동물병원의 진료 철학은 무엇인가?
  • 보호자와 어떤 톤으로 소통하고 싶은가?
  • 리셉션과 진료실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기준 없이 '일단 사람부터 구하자'는 마음으로 채용하면, 개원 후 '이 직원이랑 스타일이 안 맞는 것 같아요'라는 상황이 생기기 쉽습니다. 채용 공고를 내기 전에, 동물병원 운영의 기본 톤과 방향을 정리해 두세요.

2. 리셉션/테크니션 채용,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보호자 응대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개원 초기 직원이 담당하게 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접수와 응대입니다. 리셉션에서 보호자가 받는 첫인상이 곧 우리 동물병원의 이미지가 됩니다. 아무리 진료 보조 실력이 뛰어나도, 보호자 응대에서 불편함을 준다면 병원 성장에 걸림돌이 됩니다.

면접 시 이런 질문으로 면접자를 파악해보세요.

  • "보호자가 진료비가 비싸다고 불만을 제기하면 어떻게 응대하시겠어요?"
  • "예약 없이 방문한 보호자가 바로 진료를 요청하면 어떻게 안내하시겠어요?"
  • "진료 후 후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말씀드리시겠어요?"

단순히 "친절하게 대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말투와 표현을 사용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멀티태스킹 능력

채용될 직원은 전화 응대를 하다가도 진료실로 들어가 진료를 보조해야 하고, 수납 중에도 새로운 보호자를 맞이해야 합니다. 개원 초기에는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입니다.

아래의 질문으로 면접자를 확인해보세요.

  • 이전 병원의 규모와 본인이 담당했던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 "리셉션 업무 중 진료실에서 급하게 부르면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 "예약 전화가 오는 중에 보호자가 수납하러 오시면 어떤 순서로 처리하시나요?"

3. 개원 초기, '함께 만들어가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개원 직후에는 정해진 시스템이 거의 없습니다. 리뷰 응대는 어떻게 할지, 진료 후 보호자에게 어떤 안내를 드릴지, 예약은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전 병원에서는 이렇게 했는데요"라고만 말하는 분보다는, "우리 동물병원에서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할 수 있는 분이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질문들로 체크해보세요.

  • "이전 병원과 새로 개원하는 병원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정해진 매뉴얼이 없을 때 어떻게 업무를 처리하시나요?"
  • "보호자가 진료 후 '다음엔 언제 와야 하나요?'라고 물으시면 어떻게 안내하시겠어요?"

4.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개원 전에 준비하세요

'일단 개원하고 하나씩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시작하면, 직원도 원장님도 혼란스럽습니다. 개원 전에 최소한의 업무 가이드를 준비해 두면, 첫 출근 날부터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미리 준비해두세요.

  • 개원 첫 주 일과표 (출근 시간, 개원 준비, 리셉션 세팅, 마감 업무 등)
  • 전화 응대 시 기본 멘트 (예약 안내, 진료 가능 시간, 위치 안내)
  • 보호자 맞이 시 기본 프로세스 (접수 → 대기 → 진료 → 수납)
  •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응 방법

이런 자료들은 개원 준비 과정에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매뉴얼보다는 실제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본 가이드면 충분합니다.

5. 채용 공고에 '개원 예정 동물병원'을 명확히 하세요

'경력자 우대', '동물 사랑하는 분' 같은 일반적인 표현만 쓰면, 정작 개원하는 동물병원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개원 병원의 특성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채용 공고 예시:

"○월 개원 예정인 동물병원에서 리셉션 겸 테크니션을 모집합니다. 개원 초기라 정해진 시스템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많을 예정입니다. 보호자 응대와 진료 보조를 동시에 해보신 경험이 있으시고, 새로운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에 관심 있으신 분을 찾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으면, 안정적인 대형 동물병원만 원하는 분들보다는, 개원 병원의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분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6. 개원 전 출근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가능하다면 개원 며칠 전부터 출근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 기간 동안 함께 개원 준비를 하면서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고, 리셉션 세팅이나 기본 프로세스를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개원 전 함께 이런 것들을 해보세요.

  • 리셉션 데스크 정리 및 배치
  • 차트 시스템 사용법 숙지
  • 전화 응대 멘트 함께 만들기
  • 보호자 맞이 동선 시뮬레이션
  • 응급 상황 시나리오 점검

개원 첫날 보호자를 맞이하기 전에 이런 준비 과정을 함께 거치면, 직원도 훨씬 안정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고, 원장님도 마음이 편합니다.

7. 개원 초기부터 소통 구조를 만드세요

개원 후 바쁘다는 이유로 직원과의 소통을 미루면, 작은 문제들이 쌓여서 나중에 큰 불편함이 됩니다. 개원 초기부터 간단한 소통 루틴을 만들어 두세요.

소통 방법 예시

  • 매일 마감 시 5분 짧은 정리 시간 (오늘 어땠는지, 내일 준비할 것)
  • 주 1회 10분 회의 (이번 주 개선할 점, 보호자 피드백 공유)
  • 보호자 특이사항이나 요청사항은 바로 차트에 기록
  • 직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일단 한 번 시도해보기

개원 초기일수록 이런 소통이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이렇게 만들어가는 거구나'라는 방향성이 직원에게 전달되어야 나중에도 일관된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완벽한 사람보다 함께 성장할 사람을 찾으세요

동물병원 개원 준비 과정에서 첫 직원 채용은 개원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인테리어나 장비는 나중에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한번 함께 시작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사람을 찾기보다는, 개원 동물병원의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 만들어갈 의지가 있는 분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장님 본인이 '우리 동물병원은 어떤 동물병원인가?'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원 준비로 정신없겠지만, 첫 직원과 함께 동물병원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